학교교육 파괴하는 교육정책 중단하라!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교육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현장 교과모임들의 입장-
최근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는 학교교육에 대해 사실상 쿠데타를 기도하고 있다. 인수위가 쏟아내는 각종 교육정책은 날이 갈수록 온 사회와 학교 현장을 흔들고 있다. 이는 구체적으로 교육부의 통폐합,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대학입시 자율화, 초·중·고 학업성취도평가 강화와 정보 공개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영어전용수업·영어수업시수확대·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영어교사인증제 및 계약직 영어전용교사채용 등의 영어교육로드맵, 수능과목 축소, 문화·예술교육 기간제 교사 1만 여명 모집 입법 발의 등의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정책 기본원리로서 이른바 ‘자율과 경쟁, 선택과 집중’을 표방하지만 이는 사실상 교육 불평등과 입시 경쟁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대학 본고사 부활과 고교 평준화 해체, 고교등급제를 통해 초·중등교육의 목표를 학교시험과 입시에 철저히 종속시키며 ‘만인의 만인에 대한 무한 경쟁’을 만들어낼 것이다. 초·중등학교는 명문대 보내기 경쟁으로 점수 따기 교육의 극치를 보일 것이며, 모든 학교와 교사들은 이를 통해 평가받을 것이다. 또한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공교육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요즘 인수위가 정신없이 쏟아내는 정책들은 학교현장에서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에 규정된 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평가 등에 따른 기본적인 운영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모든 교육은 학업성취도 평가, 일류고등학교의 진학, 대학입시를 위한 일상적 경쟁의 도구로 변질될 것이다. 또한 학교는 영어 교육을 더 이상 외국어나 국제어로서가 아니라 국가공용어로서 교육하기를 강요받고 있다. 이제 영어와 입시와 시험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교과와 교사는 도태될 것이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가 문화적 전통과 주체성을 가진 대한민국인가? 이 나라의 교육에는 영어와 일류학교와 시험밖에 없는 것인가? 우리의 교육이념이 전인교육인가 아니면 입시경쟁력을 기르는 것인가? 백년대계의 교육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무너져도 되는 것인가?
우리는 인수위에 촉구한다. 교육정책은 군사작전이나 토목공사가 아니다. 오랜 시간동안 국민적 토론과 합의를 통해 수립되어야 한다. 인수위는 월권을 하지 말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 하라. 최소한 교육기본법과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한 공론화를 거치고 교육 주무부서를 통해 교육정책을 발표하라.
우리는 다시한번 확인한다. 교육은 결코 정치적·경제적 논리에 의해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 초·중등교육의 목표는 건강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국민기본교양교육이어야 한다. 지금 학교와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입시로부터의 해방이며 행복하고 정상적인 배움이다. 지금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가르침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다. 지금 모든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교육비 해소와 공교육의 정상화이다.
학교 교육을 일선에서 책임지고 있는 우리 교과모임의 교사들은 다짐한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교육정책이라면 교육 현장 전문가로서 함께 논의하고 협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상적인 여론수렴 없는 졸속적 발상으로 교육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우리의 모든 역량을 모아 반대투쟁에 나설 것이다. 기자회견, 토론회 개최, 반대서명운동, 대중 집회 등을 통해 학생, 학부모, 교사, 국민 모두와 함께 교육을 바로세우는 공동행동을 조직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러하였듯이 학교 수업을 충실히 하기 위한 연구와 실천 사업에 매진할 것을 다시한번 다짐한다.
2007. 2. 1
전국국어교사모임, 전국도덕교사모임, 전국지리교사모임, 전국역사교사모임, 전국사회교사모임, 전교조전국수학교사회, 전국과학교사모임, 전국기술교사모임, 전국가정교사모임, 전국체육교사모임, 전국음악교과모임, 전국미술교과모임, 전국영어교사모임, 전국한문교사모임, 전교조초등위원회,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 |